꺼지지 않는 등불
모윤숙*
오오! 이 마지막 밤이여!
어서 나를 몰아가다오
나의 성, 나의 사람, 시민 장군이시여!
異邦의 사나이를 껴안은 채
두 몸이 한 몸 되어
최후의 길에 올랐습니다.
……<중략>……
서투른 기교로
때로는 분노를 억제하며
지체 높은 이들의 시중을 들지만
그것은 참다운 내가 아니어라
뚫을 수 없는 그물에 걸려
우리 안에 갇힌 수인(囚人) 같은 것
그것은 참다운 나는 아니어라.(제4장)
……<중략>……
밤과 밤을 잇는 몽롱한 순간들이
하나 하나 항거의 아픔으로 꽃이 되어
그의 가슴 안에 피어나게 하리니
이 몸 미천한 女人일지나
근심 안에 도사린 그 등불을
어느 바람에도 꺼지지 않도록
이 머리카락들을 바람에 배앗길지어나
저 외람된 왜병의 무리를 향하여
마디 마디 맺힌 恨을
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
풀어가라니.(제6장)